우리 아이에게 골고루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식사 시간이 되면 고기만 골라 먹고, 채소는 입에 대지도 않거나 뱉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속상하고 당황스러우실 겁니다.
아이가 채소를 거부할 때 부모님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법과 효과적인 접근법을 소개해드립니다.
아이들이 채소를 거부하는 과학적인 시선
아이들이 채소를 거부하는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혀에는 '미뢰'라는 맛을 느끼는 감각세포가 존재하는데, 유아는 성인보다 약 3배 이상 많은 미뢰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단맛은 더 달게, 쓴맛은 더욱 강하게 느끼지요. 특히 채소 특유의 씁쓸한 맛과 질감은 편식하는 아이에게 매우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또한 2~5세 시기의 아이들은 ‘네오포비아(음식 거부증)’라는 현상을 겪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불안과 거부감을 느끼는 발달 과정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채소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버릇없는 행동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어른들도 어릴 때 얼마나 많은 편식에 우리의 부모님이 힘들어 하셨을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의 영향으로 편식이 강화되었어요
의외로 아이의 편식은 부모의 반응과 식사환경에 의해 강화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 이유식 시기에 일정한 질감과 맛만 반복 제공했거나,
- 아이가 주식을 거부할 때 간식으로 대체한 경우,
- 억지로 먹이려다 아이가 구토나 불쾌한 경험을 한 경우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 아이는 특정 음식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채소를 먹지 않는 것을 단순히 습관으로만 보지 마시고, 아이가 느끼는 감각적·정서적 불편함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억지로 먹이지 않는 것입니다. 강압적으로 먹이면 아이는 식사 시간 자체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게 되어 음식뿐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편식하는 아이가 어떤 채소를, 어떤 조리 방법일 때 가장 거부 반응을 보이는지 섬세하게 관찰해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익힌 당근은 뱉지만 날로 먹는 당근 스틱은 먹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렇듯 조리법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니,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아이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낯섦입니다. 따라서 채소를 일상에서 자주 보고, 만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채소 오감놀이: 당근, 오이,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를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고, 색깔을 관찰하는 활동을 통해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 가정 텃밭 가꾸기: 베란다에 작은 화분을 놓고 상추나 방울토마토를 함께 키워보세요. 아이는 자신이 키운 채소에 자연스럽게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 역할놀이 활용: 인형 놀이나 주방놀이 시간에 브로콜리 박사님 등장! 처럼 채소 캐릭터를 활용한 상상놀이도 효과적입니다.
푸드 브릿지 기법을 활용해보세요
푸드 브릿지(Food Bridge) 기법은 아이가 싫어하는 채소를 점진적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교육적 접근법입니다. 다음의 4단계로 구성됩니다.
1단계: 채소를 눈에 익히기
예: 파프리카로 요리 그릇을 만들어서 밥을 담아보세요. 아이가 재미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2단계: 모양을 숨기고, 색으로만 노출하기
예: 파프리카 즙을 반죽에 넣어 색깔 수제비 만들기
3단계: 다른 음식과 섞어 보기
예: 다진 채소를 넣은 미트볼, 함박스테이크 등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소량 넣기
4단계: 채소의 본연 맛을 간접 경험
예: 당근 주스, 시금치 셔벗 등으로 조금씩 원재료의 맛에 익숙해지기
이 기법은 최소 8번 이상의 반복 노출이 필요합니다. 부모님께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되게 시도해보시길 권장합니다.
식사는 놀이처럼
아이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 전용 칼이나 주걱을 사용해 양배추를 찢거나 오이를 자르는 등 요리 놀이를 함께 하면 아이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식사 참여도가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이건 내가 만든 거야! 라는 성취감이 큰 힘이 됩니다.
가정과 어린이집이 같은 방향으로 식습관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식하는 아이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선생님과 꾸준히 소통하며 식습관 목표를 공유해주세요. 집에서는 안 먹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억지로 먹인다는 식의 불일치는 편식하는 아이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식습관 지도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부모의 인내와 이해, 일관된 접근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는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고 배우고 있으며, 채소와의 관계도 서서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각과 정서를 존중하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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